강의에 반한 제자, 열정에 반한 교수
진로설계부터 로스쿨 합격까지 동행
형식 허문 사제관계 평생 이어갈 터

길버트 하이깃은 ‘위인들 뒤에는 좋은 부모 혹은 좋은 스승이 있다’는 명언을 했다. 건지벌에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재목과 그 뒤에서 조언과 격려로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한상기(인문대·철학) 교수를 찾은 장충석(법전원·석사1학기) 씨, 이들과 함께 캠퍼스를 동행했다.

그들의 만남은 지난 2005년 봄, 한 교수가 가르치는 인식론 수업에서 시작됐다. 지루해지기 쉬운 철학사를 드라마틱하게 가르치는 교수님의 명 강의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충석 씨. 한 교수 또한 충석 씨의 열정과 성실함이 마음에 들었다고. 그 뒤 한 교수와 충석 씨는 등산, 축구경기 등 여가활동을 함께 했고, 한 교수의 지도 아래 충석 씨가 논술지도자 인증제를 준비하면서 점점 사이가 두터워 졌다.

법전원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부터 합격에 이르기까지 충석 씨에게 한 교수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한 교수는 진로를 결정한 후에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충석 씨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입시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충석 씨에게 연락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그에게 한 교수에게 배운 철학의 기본소양은 입시준비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결국 9개월의 입시공부 끝에 법전원에 붙을 수 있었던 충석 씨는 "교수님이 로스쿨에 합격한 것을 알고 부모님만큼 기뻐해 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이 사제에게 가장 큰 추억은 지리산 등반이다. 한 교수는 매년 두 차례 학생들과 지리산 등반을 한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을 처음 오를 때는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지만 지도자를 따라 한 걸음씩 걷다보면 결국 천왕봉에 도착해 정상에 도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공부도, 인생도 어려운 길이지만 한 걸음씩 부지런히 걷다보면 정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고 말하는 한 교수에게서 제자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무엇일까. 한 교수는 "요즘에는 사제관계가 형식적으로 변했다"며 "서로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이 사제관계의 벽을 허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와 충석 씨가 피어내는 웃음꽃에서 우리시대 사제관계의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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