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2. 기린극회 100회 공연 엿보기
Title :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Prologue : 연극쟁이들아, 열정으로 장식하자
물질만능시대에 현대인의 자화상 그려내
학술한마당서 기린극회 역사․추억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48년의 긴 세월동안 학생들과 소통하며 성장해 온 기린극회가 오는 21일 100회 공연(00시 합동강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기린극회 배우들은 ‘연습 또 연습’이라는 열정으로 100회를 장식하는 주인공이라는 기쁨과 설렘을 만끽하고 있었다. 열정으로 가득한 연극쟁이들의 연습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자.

#제 1막-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무대는 기린극회 동아리실. 대본을 넘기는 종이 소리와 볼펜 딸깍이는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100회 공연 작품을 고르는 연출진들 사이에 살벌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제2의 부흥을 꿈꾸다
지난 3월부터 기린극회는 꿈에 그리던 100회 공연에 올릴 작품의 선정과 연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첫 과정은 작품선정으로 시작됐다. 연출자가 5개 정도의 극본을 가지고 오면 동아리학생들이 작품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어 결정하게 된다. 수많은 설전과 토론을 거친 끝에 기린극회의 100번째 공연작으로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가 선정됐다.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는 이청준의 단편소설 『조만득 씨』를 각색한 작품으로 주인공‘조만득’을 통해 물질만능 시대에 소외되어 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줄 예정이다.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는 지난 1995년 침체됐던 대학 연극계에 큰 활력 불어넣은 작품으로 기린극회가 현재 대학생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실었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송동관(기계설계·04) 씨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돈 때문에 울고 웃는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조만득’과 매우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고른 기린극회는 연극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두 번째 작업으로 주인공을 선발했다. 배역 선정은 배우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지망한 후 오디션을 통해 이뤄진다. 주인공 조만득 역을 맡은 김영훈(동물자원·06) 씨는 “100번째 연극의 주인공을 하고 싶어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며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극에서는 총 14명의 배우들이 피나는 연습과 경쟁을 통해 17개 배역을 소화하게 된다.

#제 2 막-제2의 부흥을 꿈꾸다
(무대는 합동강당. ‘아아아아∼’ 배우들의 발성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한쪽에선 톱질과 망치질이 한창이다.)

100회 공연을 위해 기린극회는 지난 3월부터 평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합동강당에 모여 피나는 연습을 해왔다. 한 명만 빠져도 연습이 불가능한 연극의 특성 때문에 아무리 작은 배역을 맡은 배우라도 연습에 빠지지 않는다. 캐스트장인 박대찬(생물산업기계·07) 씨는 “연습시간 때문에 배우들은 개인적인 시간도 갖지 못 한 채 두 달 동안 합동강당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배역에 맞게 체중을 조절하거나 머리와 수염을 기르는 등의 노력을 통해 배역에 몰입하고 있다. 배우들은 한 시간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남다른 체력과 큰 목소리를 갖춰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배우들은 매일 연습 전 PT체조, 윗몸 일으키기 100번을 하며 체력을 단련시키고 있다. 또한 호흡과 발성을 위해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 훈련을 한다. 배우 못지 않게 연극에서 중요한 무대장치도 학생들이 손수 톱과 망치를 가지고 만든다. 무대예술감독인 서재홍(물리·02) 씨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는 “연극 무대는 건축이 아닌 예술”이라며 “이번 연극무대는 병원이지만 표현주의 극이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공연에서 기린극회는 역사적인 100회 공연을 졸업생 및 관객과 함께 기념하고자 공연이외에도 학술한마당을 마련했다. 삼성문화회관 건지아트홀 주변에서 열리는 학술한마당은 관객들에게는 과거 공연의 포스터를 구경하는 색다른 재미를, 선배들에게는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연극은 100회라는 특별함과 함께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잠시 주춤했던 기린극회가 다시 기지개를 키고 도약하기 위한 계기라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연출자인 동관 씨는 “1학년 때부터 100회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었는데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무척 영광”이라며 “반 백년의 세월을 이어온 기린극회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3개월 간의 열정을 무대 위에 펼쳐놓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기린극회. 귀가 시간도 잊은 채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은 이제 무대 위가 제일 편한 쉼터라고 이야기한다. 대사 한 마디, 자그마한 소품 하나도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기린극회 사람들. 건지인들에게도 젊은 연극쟁이들의 열정과 연극 사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더욱더 설레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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