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페라 작곡가 베스트 10에 선정된 지성호 동문
한국 토종오페라 활성화의 밑거름 역할
타인보다 자신에게 떳떳한 곡 쓰고싶어

전북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에 있는 멋스러운 찻집‘풍경소리’. 이곳은 우리 지방의 민담·설화를 주제로 활발한 작곡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성호(음악교육·83년졸)동문의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작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차를 대접하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6∼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작곡가의 길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작곡활동에 매진하고 있던 지 동문에게 뜻밖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예술비평가협회가 주관한 ‘한국 창작오페라 대표 작곡가 10인’에 선정됐다는 낭보. 지 동문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은 활발한 작곡 활동은 물론 (사)호남오페라단에서 ‘논개’,‘흥부와 놀부’와 같은 다양한 창작 작품의 음악을 전담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페라 작곡가는 일반 대중들로부터 무관심의 존재였다”며 “선정 발표 이후에 세상의 갑작스런 관심이 약간 어리둥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 동문은 아버지와 형이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또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에게서 우연히 작곡 교습을 받게 됐고, 그때부터 작곡가로서의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 동문의 가족은 작곡가로서 그의 인생을 지지했고, 가족의 적극적인 후원은 작곡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지난 1989년부터 우리학교 예대 겸임교수를 지냈던 지 동문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다. 대학 시절에는 밤늦도록 공부하면서 꾸준하고 성실한 대학생활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단하지 않고 끈기 있게 자신의 일을 해나갈 때 남들에게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신이여,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 아니며 내가 경멸하는 자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 줄 곡을 쓰도록 은총을 내려주소서.” 그는 이 보들레르의 기도를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고 있다고 했다. 남들의 인정이나 시선을 염두에 두고 쓰는 곡이 아니라 자신에게 떳떳한 곡을 쓰고 싶다는 지 동문. 그의 작업실을 떠도는 아리아가 열정과 의지로 고단함을 헤쳐온 그의 여정을 조용히 위로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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