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까페에 죽음 도우미까지 등장
한국, OECD국가 중 자살율 최고 수준
정서적 소외감·결속력 약화가 주원인


최근 잇단 자살사건으로 인해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달만 다섯 차례 자살사건이 일어났으며, 가까운 익산에서도 지난 6일 밀폐된 차안에서 연탄가스를 통해 목숨을 끊으려는 자살 기도가 있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우리학교 학생이 단과대학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해 충격을 줬다. 자살 문제가 비단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려스럽게도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06년도 기준 OECD 건강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10만 명 중 21.5명으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29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으로 1시간 미만의 짧은 시간마다 한사람의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동반’이라는 말만으로 ‘자살’이 연상될 만큼, 동반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자살 까페’를 형성했고, 온라인의 발전이 동반자살 급증으로 이어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자살 까페’를 통해 ‘청산가리’ 등 독극물 매매와 자살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자살 도우미’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죽음을 팔고 있다’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 경찰들과 포털사이트에서 이를 제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단속이 조금만 느슨해져도 곧바로 ‘죽음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가장 위험한 요인은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70% 정도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20년도 전 연령대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 우울증이라고 발표해 앞으로 자살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것으로 밝혀져 대학생 자살 방지 대책이 더욱더 중요해 지고 있다. 20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취업과 진로에 관한 스트레스로 심리학에서는 이로 인한 의지 약화, 비관적 사고형성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종합인력개발원 진로상담부 김옥순 상담사는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근 4개월 동안의 상담 사례 21건 중 자살 관련 상담이 1건 있으며, 우울증 및 정서·감정 기복 상담도 10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상담사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은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말해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최우영(사회대·사회) 교수는 “개인의 심리학적 요소도 자살의 원인이 되지만, 개인을 둘러싼 사회도 자살의 원인이 된다”며 “사회학자 뒤르케임은 개인이 그 주변 인물 혹은 공동체와 맺은 관계의 깊이가 자살 시도에 강한 영향을 준다는 ‘자살론’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뒤르케임의 ‘자살론’에 의하면 가족, 친구 혹은 취미를 공유하는 집단 등 개인을 둘러싼 공동체와의 관계가 깊은 사람일수록 자살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반면, 공동체와 관계가 깊지 못할수록 자살율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이는 비관적 사고와 의지의 문제를 떠나, 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위로해주고 함께 아파해 줄 사람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단적 개인주의로부터 비롯된 현대인의 고독과 가정의 붕괴, 사회공동체의 결속력 약화 등이 자살의 사회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자살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무언가 ‘의미’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가족, 친구 등과의 친목을 다지고, 주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든다면 자괴감이나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공동체와의 관계가 자살에 깊이 관여되는 만큼, 공동체의 결속력이 자살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며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혼자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주위를 둘러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벌이고 있는 자살 예방 캠페인

현재 대다수의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자살’을 연상하는 단어를 통제하고 있지만, 국외 사이트는 이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불황으로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현재, 사회나 학교 등 사회조직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갖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고동우 기자
gdw@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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