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매체 소재로 등장하며 관심 증폭
상업적 이용…게이 삶에 깊은 통찰 부족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과 기생의 사랑, ‘주몽’의 협보와 사용, 그리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후회하지 않아’ 등 언제부턴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마이너였던 동성 간의 사랑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는 어떤 문화에서든 소외되고 경멸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소설과 만화책들은 동성애를 이슈화한 것만으로도 ‘저급’이라는 딱지가 붙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을 중심으로 동성애가 문화적 코드의 하나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마치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왕의 남자’와 ‘쌍화점’, ‘앤티크’ 등의 영화나 ‘자나, 톤트!’, ‘모던임펙트’ 등의 공연이 흥행을 통해 사회에 동성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매체의 동성애 소재 이용은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높아진 사회적 관심 덕분에 동성애뿐만 아니라 트렌스 젠더 및 HIV감염인, 양성애자와 같은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운동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성적소수자인권센터(이하 KSCRC)의 한 활동가는 “사회적 입지가 좁은 성적 소수자들이 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형성되는 것 같아 대중매체에서의 성적 소수자 출현이 반갑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동성애 관련 작품들이 지난해와 올해 들어 급속도로 성장했다. 올해만 해도 직·간접적으로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독립영화계에서만 40여 편 상영됐으며, 대중영화도 10여 편에 달한다. 얼마 전 내한했던 영국의 퀸즈대학교 대니얼 마틴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급성장한 퀴어영화가 한국영화 중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동성애 소재가 예전에 비해 자주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혐오주의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동성애를 다룬 매체에서 섹슈얼리티의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동성애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일반인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매체에서 다뤄지는 동성애는 대부분이 성적 긴장감과 결부되어 드러나기 때문에 동성애는 암울하거나 극적일 것이라는 등의 왜곡이 생기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KSCRC 활동가는 “현재도 게이,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은 언제나 ‘비정상’으로 낙인찍힌다”며 “매체에 비쳐진 모습만 가지고 게이의 모든 것을 동성애와 연결해 바라보면 그들을 ‘섹스 덩어리’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만들어 낸다”고 우려했다. 또한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동성애를 소비자에게서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콘텐츠로 이용하다보니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지극히 말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게이에 대한 영화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수식어가 따를 정도로 정형화된 패턴과 설정이 전개된다.

또 다른 문제로는 대부분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레즈비언보다는 게이, 아저씨보다는 꽃남이라 불리는 ‘오빠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성 간의 로맨스를 그린 ‘야오이 문화’, ‘팬픽’을 접하고 자라난  20∼30대의 여성 이성애자들이 로맨스 속의 환상을 실제로 믿게 되는 문제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모든 동성애자가 꽃남에, 멋지고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팬픽’ 등을 통해 환상 속에 있던 사람들은 현실 속 동성애자들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그들에게 상처를 안겨준다. KSCRC 활동가는 “동성애자는 대부분 사회적으로 정당한 시민권을 행사할 수 없고, 이성애자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빈곤에 처할 확률이 높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멋진 게이’에 대한 환상에 빠져 실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동성애자들의 문화가 음지문화에서 주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패션 미술, 음악 등 문화계와 정·재계에서 게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향력은 동성애자들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의 능력을 사회 속에서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성애자들이 과거 한 번도 당당히 누려보지 못한 보편적 인간의 지위를 실현하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동성애자들은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평범하게 바라봐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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