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 못지않게 왕성한 연기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순재 씨가 연기인 최초로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이를 주관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헌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순재 씨는 지난 1956년 데뷔 이후 연기를 평생 업으로 삼아 고희를 훨씬 넘긴 나이에도 삶의 진정성과 사실성이 깃든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이순재 씨는 5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연예계의 원로이다. 본인 말대로 TV, 영화, 연극 등에서 맡지 않은 역이 거의 없고, 상도 많이 받아 연기인으로서 성공한, 삶에 여한이 없을 분이다. 이제 방송인 최고의 명예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도 되었으니 은퇴해서 원로 대접을 받으며 여생을 편히 지낼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배우 이순재 씨의 결단은 확고하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은 대단하다. 연기에 대해서는 원로의 대접도 거절한다. 자신이 원로의 대접을 요구할 그 때 은퇴하겠다고 할 정도이다. 젊은 연기인들과 똑같이 함께 밤도 새고 대본도 외며 시간도 늦는 법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그는 고희를 넘긴 노인이 아니라 청년이다.

그동안 변방취급을 받아 왔던 한국 야구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WBC 한국 야구의 사령탑, 김인식 감독 역시 청년이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과거 뇌경색을 앓았던 건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젊은 감독들이 독배라고 고사했던 WBC 한국대표팀의 감독을 기꺼이 맡아 이승엽 선수, 박찬호 선수 없는 한국 대표 팀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팀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는 거의 선수 전원이 메이저리거로 채워진 베네수엘라 팀과 경기를 갖기 전 ‘위대한 도전’을 선언했다. 이 ‘위대한 도전’은 결실을 맺어 세계 야구의 명문 베네수엘라 팀을 10:2로 물리쳤다. 비록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접전 끝에 일본에게 5:3으로 패했지만 김인식 감독의 도전은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인생 자체가 ‘위대한 도전’이었던 것처럼, 세계 야구 제패를 향한 김인식 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청년 같은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노인 같은 청년들도 있다. 도전을 싫어하고 보장된 현실에만 안주하려고 하는 청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많은 젊은 인력들이 본인의 적성과 꿈을 포기하고 보장과 안정을 찾아 몇몇 직장으로만 몰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과거 70년대와 80년대, 한국 상품을 팔고자 비행기에서 선잠을 자며 007가방을 들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다녔던 선배들의 도전과 패기를 이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의 공통점은 창조의 도전 없이,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꿈을 향한 도전,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패기와 정열이 없는 젊은이들은 진정한 청년이 아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도 없고 발전도 없다. 꿈과 도전의식, 패기와 열정으로 충만한 진정한 청년들이 우리 사회, 우리 캠퍼스를 가득 메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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