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등록금이 1천만 원을 육박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소강상태지만, 경기가 조금만 회복되면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록금 인상에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등록금이 언제 다시 오를 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휴학, 학자금 대출, 심지어 목숨을 끊는 절박한 상태까지 이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달콤한 말로 대학생들의 표를 유혹했고, 결국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됐다. 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는 큰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지난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공약을 내세운 적 없다고 일축하며 대학생들의 표를 배신했다.
더 이상 물가 상승률에 비해 2~3배 높은 등록금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는 실정. 이에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10만 대학생 청원운동을 선포하며 전국 대학생에게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우리학교에서도 이 운동에 동참해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알림의 거리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그런데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고작 사회대, 농생대, 총동아리연합회 간부들뿐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학교의 제일 큰 학생 자치기구인 ‘제 41대 생각이 실천되는 대한민국 총학생회(이하 대한민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까. 혹시 대한민국은 이 소식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도 아니었다.
‘비정치’를 내세운 ‘대한민국’은 반값 등록금을 위한 서명운동이 정치적으로 보이거나 혹은 그 주최자인 한대련이 정치적인 집단으로 보였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에 한 발짝 물러선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정치문제에 앞서 대학생이 현재 짊어지고 있는 큰 짐 중 하나이다. 지난 학자금 문제에 대해 기획 연재 기사를 쓰면서 우리학교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학을 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예상외로 많아 학생들이 얼마나 등록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가 등록금 문제를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에 표를 던진 학생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 혐오에 걸린 것 마냥 정치 문제에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지난 총학생회 선거 때 영향을 미쳐 대한민국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때문에 ‘대한민국’ 총학생회의 기조라 할 수 있는 비정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서명 운동에서 우리학교 3천명 이상의 학생이 서명을 했다. 만약 정치적 색채가 강한 서명 운동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 주소, 연락처까지 기입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펜을 잡지는 않았을 터이다. 여기에 중립적 위치의 비정치 기조에 등록금 문제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등록금 문제는 정치색을 떠나 대학생 너나할 것 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생존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총학생회는 비정치라는 자기 원칙에 얽매어 학생들의 복지와 권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총학생회 활동에 스스로 제약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한 물음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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