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거대 신문사 배불리는 법일 뿐
2만여 일자리 창출‥근거 없는 헛 구호
미발위 발족‥정쟁기구로 변질될까 우려

한나라당이 지난해 말 임시국회에서 방송법과 신문법 등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에 반대해 방송사 총파업이 잇따랐고, 민주당의 국회점거 등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여야는 지난 13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를 발족시키고 100일 동안 국민의견을 수렴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는 방송사의 계속적인 저항이 있었으며, 국민의 70%가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 관련법 상정 반대 근거에 대해전국언론노동조합 전북지부 홍윤기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 <엮은이 밝힘>

Q. 이번 미디어 관련법 개정 중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A.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민영방송이 다루기 쉽다"라고 발언했듯이, 권력과 자본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언론환경을 만들길 원한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관련법 개정안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이다.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편성·보도편성PP(프로그램공급자)의 49%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에게 언론을 독과점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줄 것이다. 지분소유를 늘리는 것은 대기업과 재벌 신문사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도록 해 언론은 정권에 순응하며 권력에 유착하는 등 민주주의의 훼손이 심각해질 것이다. 

Q. 여당에서는 미디어법 개정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데 현실성이 있는가?
A.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으로 2만 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동안 정부는 케이블TV 및 DMB 등 새로운 방송사업이 창출될 때마다 일자리 창출에 기대를 품었으나 실제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신문, 방송, 온라인 등을 통합하는 미디어 그룹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신문, 지상파, 케이블, 위성 DMB, 인터넷 등을 통해 동시에 공급해 실제로 일자리 창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미국에 통합 미디어그룹들이 생겨나면서 아나운서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미국의 경우를 볼 때 우리나라 또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법안이 개정되면 여론 독과점으로 인해 지역 언론사가 고사 지경에 놓여 일자리가 더 줄어들 확률이 높다.

Q. 언론 노조파업을 방송이기주의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현재 언론 노조의 파업은 노조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번 언론 악법이 통과되면 언론의 다양성과 자유가 크게 훼손될 것이며 민주주의의 후퇴가 이어질 것이다. 미디어법 개정에 대해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하고 있는 실정에서 파업을 '방송사의 이기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수언론에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다. 

Q. 100일 간의 미발위 활동,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A. 여야는 미디어관련법 개정에 미발위에서 수렴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키로 했다. 그러나 백일간의 짧은 시간동안 국민들의 다양한 여론이 형성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현재 미발위는 여권과 야권 10:10으로 구성돼 있어 토론 자체보다 여야 간의 정쟁기구로 변질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데, 100일 뒤 미발위 안에서 과연 합의가 될지 의문이다. 또한 여당에서는 미발위를 단순한 자문기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 시 합의내용이 반영될 지도 미지수다. 법 개정을 막기 위해서는 미발위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여론형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 또한 미발위가 활동하는 향후 100일 동안 적극적으로 보도투쟁으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예정이다.

Q. 대학생들은 이번 미디어 관련법 개정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A. 언론은 물과 공기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될 때는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막상 언론의 자유가 통제될 때는 중요성을 크게 실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도 이번 미디어관련법 개정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흔히 요즘 대학생들을 88만원 세대라고들 한다. 어두운 취업난 속에서 책상에 앉아 취업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고쳐나갈 때 88만원 세대와 우리사회의 미래가 더 밝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정리┃장예슬 기자 jys815@chonbuk.ac.kr
사진┃김슬기 기자 ksg@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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