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뜻 있는 학부모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일제고사가 학교와 학생 서열화를 조장하는 폐해를 지적하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은 지난 1월 15일과 지난해 10월 실시한 일제고사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선택권을 인정하여 학부모가 낸 자녀의 체험학습 신청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장수중학교 교장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전북교육청은 성실의무 위반, 복종의무 위반 등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그 법적 근거로 '학교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해야 한다'는 교과부의 지침을 들고 있다. 일제고사 대상 61명의 학생 중에 부모가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한 9명에 대한 체험학습을 인정하여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한 것이 어찌 성실의무 위반이란 말인가? 전북교육청의 주장대로라면 교장은 사회적 여론과 논란을 고려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이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학부모의 체험학습 신청을 무시하고, 참가 학생은 사고결석 처리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복종의 의무란 정당한 법률적 명령을 전제로 한다. 학교장의 재량 권한인 체험학습 승인을 현 정부와 전북교육청이 엉터리 논리와 의심쩍은 이념의 눈초리로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평상시에는 절차를 밟으면 인정하던 체험학습이 어찌 일제고사 때만은 계엄령이라도 내린 것처럼 무조건 인정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징계위원장은 "장수중학교교장이 법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무지한 것은 오히려 전북교육청이다.

법이 정한 학교장의 체험학습 승인 권한 외에도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교육을 받을 권리에는 학부모와 아동의 교육선택권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초·중등 교육법 제18조 제4항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 기본권을 제한하고, 위법적 결정을 한 것은 전북교육청이다.

정직 3개월이란 중징계 결정도 문제이다. 지난해 12월 전주지방 검찰청 군산지청은 방과 후 수업과 관련해 교육전문업체인 W업체로부터 600여 만 원에서 900여 만 원의 뇌물을 받은 군산과 전주, 부안 지역, 초등학교 교장 6명에 대해 전북교육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도교육청은 미적미적 징계를 미루더니 징계 시한이 다 되어서야 뇌물의 수수액수가 적고 회식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견책, 정직, 감봉 등 죄과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솜방망이 처벌을 단행했다. 작년 초에는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자인 전북교육청 공무원에 대한 징계도 정직 3개월에 그쳤었다가 여성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자 징계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학부모와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것이 뇌물수수, 미성년자 성폭행보다 더 추악한 범죄라는 말인가?

한편, 지난 17일 전주지방법원은 전북교육청이 장수중학교 교장에게 내린 정직처분에 대해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도 전북교육청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음을 내비친 것으로 전북도민들이 가진 일제고사의 폐해와 민주적인 학교운영에 대한 민의, 전북교육청의 폭력적인 징계에 대한 부당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제라도 장수중학교 교장에 대한 징계를 풀고 일제고사를 중단하는 것이 전북교육청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김지성┃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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