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내가 가장 잘 한 일을 꼽으라면 그건 바로 화분을 구입한 것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화분을 구입하기 전까지의 신문사는 좀 더럽고 상막한 ‘기사 쓰는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텁텁하고 무거운 공기는 기자들에게 항상 긴 한숨소리를 전해주거나 정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만큼 혼을 빼앗아 갔다.
여전히 조금은 지저분하고 상막한 공기가 흐르는 편집국이기는 하지만 요즘 편집국은 적어도 나에겐 ‘신기하고 재미있는 활력소’로 변해 있다. 올해 초 여러 동기들과 후배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총무라는 힘을 이용해 5만 원짜리 화분 3개와 서비스로 받은 3개의 화분을 신문사에 들여놓았다. 내 책상 옆에 하나, 창문 앞에 하나, 문 앞에 하나 등 화분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에 진열해 놓았다.
그랬더니 신문사를 더욱 초록빛 가득하게 꾸며놓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후 학교 앞 꽃집에서 작은 화분 10개를 샀다. 내가 진열해 놓은 10여 개가 넘는 화분을 보고 기자들은 저마다 ‘곧 죽을 거야’라는 말을 해왔다. 솔직히 나도 식물들을 죽일 것 같아서 두려웠지만 화분 관련 상품 구입 및 분갈이 등 투자금도 만만치 않고 오기까지 생겨 ‘절대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공표까지 해두었다.
생전처음 10개도 넘는 화분의 분갈이를 내 손으로 해주고 매일 화분들을 둘러보면서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식물 잘 키우는 법도 검색해 보고 나도 안 먹는 영양제도 먹여가며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부었다. 처음에는 매일 쑥쑥 자라는 식물들이 신기해 달력에 물준 날짜까지 적어갔다. 식물들은 참 잘 자랐다. 그렇게 스스로 잘 크기 시작하니 나의 관심이 귀찮음으로 변해 슬슬 물주는 것도 잊어 마르고 죽는 것들이 생겨났다.
나는 그동안 살아 있는 식물들을 보며 잘 자라주어 고맙다는 마음보다 내가 잘 길렀다는 자만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 자만은 내게 자신감을 줬지만 현재는 나태함을 낳았다. 여기서 나는 자만의 무서움과 규칙의 중요성을 배웠다. 똑같은 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 이것을 했더라면 화분을 버리는 대신 분갈이를 해주었을 텐데……. 
화분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한 달 전 화분에 물을 줄 때 빨리 주려고 컵으로 한 번에 부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물이 모두 화분 밖으로 쏟아졌다. 다시 천천히 물을 주다보니 보통 물주는 시간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렸다. 화분에 물은 천천히 줘야 잘 스며들고 화분도 깨끗하다. 무엇이든 화분에 물을 줄 때처럼 하나씩 천천히 줘야 깨끗이 잘 스며드는 것이다. 후배에게도 하나씩, 공부도 천천히 하나씩, 운동도 하나씩, 기사도 하나씩.
오늘도 나는 햇빛을 보기 위해 햇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돌아가려는 작은 화분을 보며 열심히 사는 법을 배우고, 작은 화분을 벗어나고자 잎 색을 바꾸거나 잎을 떨어뜨려 분갈이를 해달라는 화분을 보며 삶의 의욕을 느낀다. 내일도 화분은 1분 1초라도 앞서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사회를 짊어져야할 나 자신에게 작은 위로와 배움이 될 것이다.
김선희│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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