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보기 확산․성형 등도 보편화
인과관계 필연성 낮아 맹신 절대 안 돼
스스로 돕는 자가 운명을 개척하는 것

주위를 둘러보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사주와 같은 점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대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손금을 서로 재미 삼아 보거나 사주 카페 혹은 인터넷 사주 사이트에서 점을 보는 것이 일반화 됐다. 특히,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더욱 심해진 요즘에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성형과 개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점이 어떻게 우리사회에 이처럼 큰 영향을 갖게 됐을까. 백훈승(인문대·철학)교수를 만나 사주를 비롯한 점(占)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엮은이 밝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호기심은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그 불안감과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점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양에서는 토정비결과 사주, 서양에서는 타로 카드 등 다양한 점이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백 교수는 “점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에 대해 과거 사람들은 ‘본래 안되도록 정해져 있었다’고 믿음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재지변 및 미래와 같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상황을 조정하는 초월자가 있다고 믿고, 그 존재에게 의지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 했다.

무속인, 역술인 등 전문가들과 일부 이를 즐기던 사람들의 전유물이던 점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빠르게 보편화, 일반화 됐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사주’만 검색해봐도 수없이 많은 사주팔자 사이트가 검색돼 우리 생활에 점이 얼마나 보편화됐는지 알 수 있다. 점의 대중화로 인해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점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일상에서 점을 즐길 수 있게 되자 역술인과 같은 전문인들도 점을 흥미위주의 상품으로 변화 시켰다. 고대 국정 운영의 절대적인 지침이었던 점은 대학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잠시 들려 가는 고민상담소 역할로 확대되고 보편화 됐다. 우리학교 서문에도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사주포차’를 흔히 볼 수 있었다는 것에서 점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미로 가볍게 점을 보던 것과 달리, 점차 점을 믿고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성형 혹은 개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비과학적이고 흥미 소재에 불과하던 점을 사람들은 왜 믿으려고 하는 것일까.

백 교수는 “예측되지 않은 미래의 결과를 미리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점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경제 악화, 취업난 등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사람들은 점을 즐기기보다는 진로 결정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다. “점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과관계 판단에 필연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백 교수는 “오랜 역사에 걸친 통계를 통해 보는 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연성만 있을 뿐, 이를 맹목적으로 믿어선 안 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성형이나 개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백 교수는 “성형과 개명만으로 운명이 바뀌지 않지만 바뀐 얼굴과 이름으로 자신감이 생길 수는 있다”면서 “운명에 맞설 자신감을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운명을 개척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형과 개명에 대해 반드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백 교수는 “동서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성경 글귀가 바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며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돕는 사람이 운명을 일궈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의 당부처럼 운명 앞에서 당당히 맞서는 자만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그것이 성형이나 개명을 하는 등 간접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운명에 맞설 자신감을 채울 수 있다면 운명을 개척하는 한가지 방법일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될 대로 되라’가 있다. 자포자기하는 듯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최선을 다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점괘, 좋은 기도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상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모든 노력과 최선을 쏟아 부은 뒤, 운에 맡기는 것은 그때부터다.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