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두 살쯤 됐음직한 꼬마 숙녀와 함께 나들이 나온 젋은 부부,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을 기다리는 듯한 말쑥한 청년, 무엇이 그리 기쁜지 한참을 꺄르륵 대는 몇의 중학생……. 캠퍼스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띤다. 건지벌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이들이 넓은 의미의 건지인이 아닐까? 하지만 진정한 건지인이 되려면 자격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건지인의 자격’을 설명해 줄 5인방을 소개한다. <엮은이 밝힘>

① 不狂不及-남한의 DMZ 발견한 김창환 교수


환경 조사는 진정한 내 천직이라오
30년 간 제주도∼백두산 환경 조사
자연·인간 공존하는 21C 조성 꿈
    
간첩, 땅꾼, 도굴꾼, 밀렵꾼, 부동산 투기업자…….
지난 30년 동안 제주도에서부터 백두대간, 비무장지대를 거쳐 백두산에 발자국을 찍는 동안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산과 들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주목받는 환경생물학자가 됐다.
김창환(환생대·환경조경디자인) 교수는 요즘 밀려오는 취재 요청과 강의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는 1여 년 조사 끝에 지난 3월 ‘고창군 운곡지구 습지식생·식물상 조사보고서’를 발간했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상 고창군 운곡리 운곡댐 주변 일원으로 ‘오베이골’이라고 불려온 235.100㎡에 달하는 습지는 ‘남한의 DMZ’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처음 오베이골을 보고 직감적으로 보통 습지가 아님을 느꼈다”며 “지난 2008년 비무장지대 생태 조사 때와 비견해보면 규모는 작지만 생태계는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오베이골의 가치를 설명했다.
오베이골 외에도 김 교수는 현재 환경부 전국자원조사, 고창 마실길 스토리텔링, 비무장지대, 새만금 등 전국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5년에는 전북생태연구소를 개관해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북 장수가 고향인 김 교수는 어릴 적부터 산과 들을 친구 삼아 돌아다녔고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보며 생물학자의 꿈을 다졌다. 이런 김 교수에게 자연은 실험실이자 취미공간이면서 동시에 직장이고 강의 장소인 일석사조(一石四鳥)의 소중한 공간이다. 김 교수는 “산과 강을 한동안 보지 않으면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고 조바심이 난다”며 “생물학자가 정말 천직인 것 같다”고 말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김 교수는 개발만을 외치던 후진국이 선진국에 들어서면 아이러니컬하게도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국민들의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면 자연스레 친환경적인 건물을 짓고 싶어한다”는 김 교수는 “개발만이 최고가 아니며 환경을 훼손하기보다는 환경이 도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교육자로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21C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꿈이라는 김 교수. 그의 꿈처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그 날을 위해 김 교수는 오늘도 우리나라 오지를 누빈다.
양수지 기자
ysj08@jbnu.ac.kr


② 냉철한 이성-제 1회 가인법정변론대회 준우승 팀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제 곧 만나러 갑니다 
6개월 간 학업과 병행하며 밤낮 없이 준비
전국 187개 팀 출전, 예선전부터 승승장구

“재판장 : 원고·피고 호명(원·피고, 원·피고석에 가 서다.)변론하시죠.
원고 : 소장을 진술합니다.
재판장 : 서증 제출하시죠.
피고 : 을1호증부터 3호증까지 제출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 09학번 3인방 최재원, 류승호, 이지윤 씨가 지난 19일 대법원 대강당에서 이렇게 치열한 공방전을 치르지 않았나 하고 불쑥 상상해본다. ‘재판’과 ‘대법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느껴지는 왠지 모를 위압감과 긴장감. 법학전문대학원 09학번 3인방은 이러한 압박감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법원에서 이번 해 처음 실시한 가인법정변론대회에서 187개 팀 중 당당히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간 진행된 대회는 전국 24개 로스쿨의 재학생 561명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3인방은 학교에 붙여진 포스터를 보고 별다른 기대감 없이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류심사에 붙고 우리학교 15팀 중 유일하게 본선진출을 하게 되면서 참가에만 의의를 두겠다던 이들은 ‘로스쿨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3인방은 지난 6개월 동안 본선진출을 하게 됐다는 행복감보다 수업과 대회를 병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최재원(법전원·09) 씨는 “답변서 제출 마감일 일주일 전부터는 팀원들과 철야를 하며 과제를 마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대회출전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구성원간의 의견 충돌. 사건에 대해 합일점을 찾아 한목소리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구성원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최재원 씨는 “팀원과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교수님과 주변 친구들이 사준 밥과 격려, ‘다시는 잡을 수 없는 기회’가 변론을 계속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런 인내심과 노력 때문이었을까. 이들은 우리학교 대표는 물론, 지방 국립대 로스쿨 중 유일하게 본선 6팀에 뽑혀 지방 및 국립대 로스쿨 대표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이번 대회는 승패는 ‘누가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가’가 아닌 ‘누가 더 많은 자료를 찾아 알아가는가’였다. 이를 위해 뜬눈으로 꼬박 새운 3인방의 수많은 하얀 밤을 알기에 이들에게 보내는 박수갈채가 아깝지 않다.
김선희 기자
ksh107@jbnu.ac.kr

 

③사제간의 끈끈한 정-첫 일본전통조경문화탐방 다녀온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지난 일주일이 꿈만 같아요
5박 6일 간 일본조경 및 식재 탐방
학과 교수들 관련 비용 전폭적 지원

“돈독한 사제간의 정, 선후배사이의 깊은 우정.”
누구나 알고 있으나 실천은 참 어려운 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을 통해 몸소 보여준 학과가 있다. 바로 학과 교수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일본전통조경문화탐방을 다녀온 환생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가 그곳이다.
지난 5월 13일부터 5박 6일간 환경조경디자인학과 11명의 학생들과 대학원생 4명, 김창환 학과장은 일본에서 전통조경문화를 탐방하고 돌아왔다. 일본 조경답사는 교토, 오사카, 나라, 고베 지역의 조경과 식재 패턴에 대한 학습이 주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들의 일정에는 특별한 것들이 숨어 있다. 현재 개설 3년을 맞은 학과에 좋은 전통을 만들어 학생들의 견문을 넓혀주고자 하는 학과 교수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송민주(환경조경디자인·08) 씨는 “이번 답사에서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일본의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접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비를 털어 거의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셨다”고 전했다.
이곳 교수들의 제자 사랑은 비단 이번 답사뿐만이 아니다. 매년 스승의 날 제자들이 교수들에게 선물을 주는 대신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들은 평소에도 87명이나 되는 1∼3학년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교수라는 존재는 어렵고 두려운 존재가 아닌 항상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친근한 멘토다.
학과 교수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결정된 답사는 학과 엠티에서 뽑힌 6명과 영어시험과 중간고사점수를 통한 면접으로 뽑은 3명의 참가자를 더해 다녀왔다. 김나경(환경조경디자인·08) 씨는 “동기끼리 우애도 더 깊어지고 후배들 및 교수님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새로운 문화는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동행한 2학년 학생이 돌아오는 배에서 ‘성년의 날도 잊을 만큼 꿈만 같은 일주일이었다’는 그들의 일본답사. 이들에게 2010년은 10년, 20년 뒤에도 잊지 못할 추억의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김선희 기자
ksh107@jbnu.ac.kr

④ 태양보다 뜨거운 열정-거창전국대학연극제 본선 진출 앞둔 ‘기린극회


여름보다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게요
성에 대한 이중성 소재로 명작 재해석
작품 준비 성실도·연출의도에서 호평

50년의 전통이 있는 우리학교 극예술연구회 ‘기린극회’가 호남권 대학 중에선 유일하게 제 5회 거창전국대학연극제 예선을 통과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작품으로 본선에 진출한다.
제 5회 거창전국대학연극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20일까지 경북 거창문화센터 등지에서 열리는 전국최고 권위의 대학연극제이다. 이번 연극제에 처음으로 도전한 기린극회는 수상경력과 작품의 연출의도, 의상, 분장, 조명, 스텝 구성력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당당히 예선을 통과해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성과는 배우와 스텝들을 포함해 20명의 기린극회 단원들이 본선티켓을 얻기 위해 대회 3주전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한 결과였다. 오전에는 홍석찬 등의 원로배우가 있는 창작극회 상극단에서 사비를 들여 위탁연기지도를 받았고, 오후에는 학교에서 발성력 향상을 위해 체력강화훈련을 하며 달력에 빨간 날도 잊은 채 작품연습만 몰두했다.
“객관적인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아 보고 싶었어요. 물론 상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며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서재홍(물리·02) 씨는 본선진출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현재 기린극회 단원들은 방학도 반납한채 대회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지만 목 건강을 위해 에어컨을 켜지 않고 대본을 외우며 배우들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본이 완성된 후 본격적으로 배역을 정하기 위해 배우의 이미지, 연기력, 발전가능성 등의 평가하는 자체 오디션을 열었고, 선배들의 심사를 거쳐 지난주에 캐스팅을 확정했다. 자체 오디션을 준비하는 동안 기린극회 단원들은 자신이 연습하는 역할을 숨기는 등 인기배역 쟁탈을 위한 배우들의 신경전 역시 대단했단다.
앞으로 연기의 정석을 가르친다는 스타니슬랍스키 연기원, 서울예대 등 전국 23개 팀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기획을 맡은 심은경(아동·09) 씨는“쓸쓸함이라는 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한 이중성으로 재해석했다”며 “작품의 아킬레스건을 찾아 반전도 준비했으니 연출상과 연기상은 우리의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준비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재앙이 될 수 있지만 준비된 기린극회에게 본전진출이라는 기회는 행운을 안겨줄 것이다.
이승희 기자
S21004@jbnu.ac.kr

⑤개념탑재- 가정위탁센터 자원봉사자 최 수선화씨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할 거예요
매일 프로그램 구상 위해 밤샘작업
15명 아이들과 함께 하며 교학상장

남들은 방학을 ‘스펙’ 특별학기라고 말할 정도로 도서관, 해외, 학원 등을 오가며 정신이 없을 때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루 종일 뛰어다닌 사람이 있었다. 최 수선화(사회복지·08) 씨는 지난 6월부터 2달 간 전북가정위탁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스펙보다 값진 보람을 얻었다.
전북가정위탁센터는 가정 내외의 여러 가지 이유로 아동이 친 가정에서 양육될 수 없을 때 아동들을 위해 친인척, 할아버지, 할머니 등 대리위탁가정으로 안내해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수선화 씨는 대리위탁가정 15명의 아이들과 방학을 함께 보내며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리위탁가정 아이들의 대부분이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나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한단다. 아이들의 원만한 사회생활과 학업 공부에 수선화 씨의 역할은 특히 중요했다. 사회복지가 전공이지만 아동학을 복수 전공할 만큼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던 수선화 씨는 학과 실습을 계기로 아동복지기관인 전북가정위탁센터를 찾아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5명의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수선화 씨는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짜느라 새벽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로도 매일 아침부터 수선화 씨가 맡은 8가구의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다시 센터에서 밤새 고민하며 만든 일정으로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방학을 학기 중보다 더 바쁘게 지냈다는 수선화 씨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가도 항상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게 됐다”며 “어떤 방학보다 기쁘고 알차게 보낸 것 같아 후회 없다”고 전했다. 수선화 씨는 실습으로 시작한 봉사지만 앞으로 계속 배우는 자세로 아이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센터에서 마련한 피자파티를 하던 날, 수선화 씨가 맡던 아이들이 추첨권행사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해 시무룩한 얼굴을 보고 안쓰러워 선물을 챙겨줬다는 수선화씨. ‘자기애’, ‘자기주의’라는 수선화의 꽃말을 이젠 ‘이타주의’로 수정할 때 인가보다.
이성경 기자
sgs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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