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박 20일간 경남 사천부터 서울 시청까지

 
그가 보여준 물집으로 퉁퉁 붓고 발톱이 빠진 당시의 발 사진을 보고 어떻게 이런 고통을 느끼며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겪어보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란 표정이다.
 
500km 국토대장정 완주한 김민중 씨
가득 채우기 위해 비우며 걸었죠
19박 20일간 경남 사천부터 서울 시청까지
1%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주 15일부터 18일까지 500km를 완주한 정대원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A/S 걷기 행사에 참여하고 돌아온 김민중(경제·05)씨를 만나기 전, 기자에게 ‘걷기’란 그저 평소에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에 불과했다.
 
작년 이맘때 즈음 김민중 씨는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9 대한민국 희망원정대에 지원해 서류면접과 마라톤 체력테스트를 통과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원정대는 사천-진주-합천-대구-구미-상주-문경-단양-제천-원주-양평-서울코스로 총 거리 약 500km, 90여명의 대원으로 구성돼 텐트와 개인의복, 침낭을 짊어지고 하루에 30km가량을 걸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의 절정기에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뚜벅뚜벅 걸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한 젊은이의 뜨거운 피를 독자들도 느낄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원정을 시작하기 전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사실 1년 전 군대 제대 후 돌아온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심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어요. 스스로 이겨내고 싶었죠. 또 도전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 13개의 지역을 지나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일들은 뭐가 있나요.
어느 시골 마을에서 대원들이 모두 지쳐 길에서 쓰러지다 시피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을 때 마을 할머니께서 페트병 2병을 가져와 물을 뿌려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그때 물 한 모금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죠. 잠은 거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잤는데 어느 날은 술 취한 아저씨가 학교에 들어와 난동을 부려서 놀란 적이 있었죠. 합천에서는 폭주족이 운동장 들어와 소란을 피워 경찰까지 출동한 일도 있었고요. 또 불침번 근무를 서는 날이면 자다가 2시간마다 한번 씩 일어나 교대해야 돼서 많이 피곤했죠. 그래서 저는 걸으면서 잔적도 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씻지 못하는 거였어요. 계획시간이 있기 때문에 판초우의(방수소재로 야외에서 덮어 씌고 샤워를 할 수 있는 우비)를 입고 10분 안에 씻고 나와야 했죠. 아 그런데, 잘 안 씻어도 살수는 있더라고요.
 
- 그의 원정일지를 듣고 있노라니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른 대원들에 비해 발의 상처 치유가 더디어서 고생했다는 그는 함께 한 박영석 대장님도 잊을 수 없는 분이셨다고 하며 말을 이었다.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이후 단일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횡단에 성공, 남·북극 횡단에도 성공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님은 어떤 분일까.
얼마 전에도 보신탕을 사주셨어요. 재미있는 분이시지만 팀원들을 이끄는데 있어선 카리스마가 넘치시죠. 원정 중에 자율 배식한 음식을 안 남기고 먹는 게 규칙이었어요. 하루는 한 대원이 김치를 조금 남긴 것을 박영석 대장이 보고 그 날 저녁식사는 물 건너 간 적도 있었죠. 원래 산악인들은 음식을 안 남겨요. 생선 가시 까지도 다 먹어야죠.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어요. 특히,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서 뭔가를 얻어 가는 게 아니라 비우고 가라. 내려놓고 가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국토대장정이 끝났을 땐 그릇에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비우란 말씀이셨죠.
 
- 그렇다면 국토대장정을 통해서 정말 마음이 비워 졌는지, 다시 한번 국토대장정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은지 궁금하네요.
길을 걸으면서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죠. 그래도 3주간은 짧은 일정이라 아쉬웠어요. 예전엔 한 달 코스의 프로그램도 있었거든요. 얻은 게 많았고 제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죠. 갈 수 있다면 또 가고 싶어요.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가 보여준 물집으로 퉁퉁 붓고 발톱이 빠진 당시의 발 사진을 보고 어떻게 이런 고통을 느끼며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겪어보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란 표정이다.
오히려 고통을 잊기 위해 ‘생각’을 했죠. 사실 걷는다는 것을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함께 한 다른 대원들도 잊을 수 없죠. 제가 포기하려 했을 때 잡아주고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심한 문경새재를 넘을 땐 너무 힘들었는데 대원들과 팀가를 함께 부르며 물집의 고통을 잊으려 애썼죠. 부모님한텐 비밀이지만 팀원들이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 같아요.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 섞인 그의 말속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고통의 순간을 함께 한 팀원들과 가끔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지금도 기억하는 팀가를 씩씩하게 부르는 그에게 나는 슬며시 국토대장정 당시 대원들이 작성했던 원정일지를 건넸다. 이걸 어디서 구했냐며 원정일지가 전해주는 당시의 생생한 감동에 벅차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그의 모습에 기자는 분명 직접 겪어 본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음을 느꼈지만 공유할 수 없어 아쉬웠다. 공감하기엔 한계가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직접 체험해보길 권한다.
 
그의 나이 스물 다섯. 살벌한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될 나이. 그러나 앞으로 어떠한 역경이 찾아와도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 그가 완주한 500km는 그의 인생을 튼튼하게 지지해주며 목표를 향한 길을 이어 붙여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500km길이의 투명테이프가 되어 언제든 애용할 수 있을테니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자신감 있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여름보다 더 뜨거운 ‘희망에너지’가 느껴진다.
 
끝으로 김민중씨가 우리학교 후배들에게도 적극 추천하는 국토대장정에는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이 있어 소개를 덧붙인다.
 
■ 대한민국희망원정대 (www.ligchallenge.com/2009)
■ 대학생국토대장정 (http://www.kukto.co.kr)
■ 국토대장정 땅 끝에서 땅 끝까지 (http://ddang2.cyworld.com)
■ 자연탐험학교 국토대장정 (http://www.camp114.or.kr)
■ YGK 청년희망 국토대장정 (http://www.ygk.kr)
 
이승희 기자
S2100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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