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대란 해결, 협동조합 개혁 쟁취를 위한 전국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불쏘시개도 아쉽다는 농번기다. 날씨는 무더워지고 있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얼어 붙어있다. 지난 2008년부터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우리나라 1년 쌀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인 150만 톤이 시중에서 떠돌고 있다. 물론 가격도 폭락했다. 80㎏ 쌀 한 가마니에 11∼12만원으로 떨어지고 이마저도 쌓인 재고량에 팔 곳이 없다.

쌀뿐만이 아니다. 올해 봄, 때아닌 폭설과 일조량 부족, 냉해, 습해로 전국의 농가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복분자 전국 재배면적의 83%를 차지하는 전라북도에서는 1천651㏊가 피해를 입어 393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과수작물의 경우 수정이 되지 않아 피해가 예상되지만 지금 그 규모를 판단할 수 없어 앞으로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쌀값하락에 냉해피해까지 입은 농민들은 버티거나 농업을 포기하는 것의 선택에 놓여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20만 톤의 쌀을 농협중앙회를 통해 매입하고 냉해피해에 대해 3천467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만 톤 매입은 쌀값지지효과가 거의 없었으며 냉해 피해 역시 보조는 248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피해 농가에 대한 융자금액이다. 정부는 양곡정책을 포기하고 농민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

농민, 농업의 위기는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다. 지난 수십 년 간 국가경쟁력을 이유로 수입개방의 1순위가 되어야했고 피해를 감수해야 할 산업의 1순위는 언제나 농업이었다. 하지만 올해 농민의 위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정부는 농업을 경쟁력이 없어 도태된 산업, 농민은 보조금이 축내는 존재로 취급하고 농민을 퇴출시키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년 대북 쌀 지원요구를 묵살해 쌀값이 폭락했고,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농업 선진화 방안, 쌀 생산 조정제, 쌀 조기 개방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농업을 시장에 완전히 개방하고 기업에게 농업을 맡기는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과 정확히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쌀값 폭락으로 농민은 이미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정부에 떠밀려 100만 톤 가까이 쌀을 매입한 농협 역시 버티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정부의 양곡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이 피해는 쌀 수급 불안정으로 나타나 국민들의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농민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게 호소한다. 부디 지금의 농업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기를. 그리고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라는 말처럼 ‘현재 농민의 처지는 나의 미래’라는 것을 깨닫고 대북 쌀 지원 재개와 농민 농업 회생의 길에 함께 동참해 줄 것을 말이다.

박소혜┃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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