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복수전공생 정보 없이 시험
일부 학과 기출문제 전면 공개 모범사례

한 학기 동안 학습한 내용을 점검하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학생들만 소지하고 있는 족보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

‘족보’는 대학에서 통용되는 ‘시험 기출문제’를 일컫는 은어다. 생활에 적극적이지 않는 ‘아웃사이더’나 편입생, 복수전공생, 일반선택으로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족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족보에는 일명 과탑이라 불리는 학생의 요점정리 노트나 과거 기출문제들 등이 포함돼 있다. 수년 동안의 시험문제가 정리된 족보는 시험 내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학과 생활이나 학과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이라면 족보를 얻는 것이 수월한 편이라 그를 위해 학과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족보가 열심히 공부한 사람보다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잘 노는 사람들이 성적을 잘 받는 불합리한 대학사회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일반선택으로 사회대 수업을 받는 A 씨는 “족보에서 시험문제가 나와 족보가 있는 전공생들은 문제를 쉽게 풀고 나간 반면 나는 한참이나 정답을 몰라 고민했다”고 전했다.

족보 전수 문화는 시험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로 서술하는 인문계보다 정해진 공식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공계에 더 활성화 돼있다. 한지선(금속시스템·07)씨는 “학과 생활에 소홀했던 대학교 1∼2학년 때에는 학과 형들과 친하지 않아 일부 과목에서 족보를 구하지 못했다”며 “열심히 공부한 나보다 족보를 얻어 중요 내용만 공부한 친구들의 점수가 더 높았다”고 토로했다.

불공정한 경쟁 유발, 단순 암기 및 요령에 치중한 공부 등의 문제를 양산하는 족보 전수 문화에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족보가 미흡한 학업을 도와주고 문제의 유형 파악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보의 소수 독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서울대, 성균관대 등 몇몇 교수들은 아예 기출문제를 모두에게 공개한다.

우리학교의 경우 공대 일부학과에서 학과 클럽에 기출문제들을 교수들이 직접 공개해 학습의욕을 불어넣고 있다. 유철중(공대·IT정보공학) 교수는 “공평하게 모든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학과 클럽에 기출문제를 공지하고 있다”며 “이제 족보가 소수에게 전해져오는 전유물이 아니라 학습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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