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단편 선집 『무지개 단장(斷章)』 낸 소동호 교수
10년 간 자료 모아 한 권의 책으로 결실
근․현대사 관통한 생생한 시대 묘사 눈길

‘1932년 이른 봄,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고 일본인 이름의 학교장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는 ‘구름다리 보통학교’의 졸업식이 조촐하게 치러지고 있다.’

이는 실제 일제치하에 있던 한 학교의 모습이지만 우리에게는 과거의 먼 이야기로 느껴질 때가 많다. 소동호(사범대·교육) 교수가 집필한 『무지개 단장(斷章)』은 이 같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본인과 가족의 경험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그 시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소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아버지가 우리 집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는데 일찍 병환을 얻으셔서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운을 뗀 그는 “부친이 남긴 숙제라 생각하고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또 소 교수는 “근·현대사가 친일파를 비롯한 사상적·정치적 측면에서만 부각되는 것 같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면서 생생한 근·현대사를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제시대부터 6·25 남북전쟁까지 조부와 부친 등의 이야기를 1권에 담았고, 이후에 완성될 2권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100여 년 전의 이야기를 쓰려니 자료 찾기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자료가 많지 않아 증조부 이상의 윗대에 대해 쓰지 못해 아쉽다던 소 교수는 한 권의 책을 집필하기 위해 10년 간 자료를 모아 그 결실을 이뤘다. 1930년대 자료들 중 부친이 받았던 상장과 졸업장들은 조부가 벽이나 방바닥의 헐어진 곳을 매울 때 사용해, 쓰고 남은 상장의 한 귀퉁이가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그밖에 부친의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가 소중한 자료로 모아져 책을 집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무지개 단장』은 당시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치하의 시대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남북전쟁까지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소 교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부친이 인민군에 의해 죽을 뻔했던 이야기이다. 그는 “아버지가 6·25 때 인민군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했는데 인민군 중 제자가 있어 가까스로 구출됐다”고 말했다.  

일곱 빛깔의 무지개 색처럼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 단장』. 소 교수가 써 내려간 가족의 역사는 격정의 시대적 파고 속에서 휩쓸리고 상처받은 평범한 민초들의 삶을 생생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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