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의례부터 밀가루 세례, 은밀한 의식까지
취업고민, 미래에 대한 부담감 이벤트로 표출
반성 없는 감각적·일회성 퍼포먼스 대안 필요

◇전주향교에서 열린 전통가례에 참여한 학생들.

졸업식에서 밀가루 세례, 성년의 날 흩뿌려진 물 풍선, 매달 14일의 각종 기념일 등 대학가에 의식들이 넘쳐난다. 대학가의 세레모니 이대로 괜찮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통과의례로 여겨져 온 성년의 날인 지난 17일, 건지벌에는 어른이 됐음을 축하하는 행사들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였다. 오전부터 각 단대 및 학과 학생회는 지난 1990년도에 출생해 만 20세가 되는 재학생들에게 장미꽃을 증정하거나 추첨을 통해 향수를 선물하는 등 개별적으로 성년을 축하했다. 오전 10시부터 전주 향교에서는 제 38회 성년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전통 관·계례에 의한 성년식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 성년 대상자 및 시민 200여 명이 모였으며 우리학교 한국음악학과와 중문과 재학생 40여명도 참여했다. 권은선(한국음악·10) 씨는 “아직 성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1년 먼저 어른이 된 느낌”이라며 “잊혀진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행사에 참여하게 돼 뜻 깊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가루, 물 풍선 등 과도한 행동은 구성원의 빈축을 사 기념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학교측에서는 성년의 날을 대비해 분수대 물을 미리 빼놓았으며 제 1학생회관 계단에는 어느 학생이 ‘아주머니가 힘들어요 성년의 날 축하는 밖에서’라고 붙인 대자보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1학생회관, 동아리 전용관 등 건물들마다 아랑곳하지 않고 밀가루 및 물풍선을 던지는 학생들로 붐벼 이러한 노력을 무색케 했다. 분수대 일대를 청소하는 미화원은 “대동제에 이어 성년의 날이 되면 쓰레기가 평소보다 2∼3배는 많다”며 “다음 날이면 밤에 술을 마신 학생들이 남긴 쓰레기로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매년 성년의 날이면 분수대는 밀가루로 몸살을 앓는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서문 밖 여관, 모텔 등 숙박시설에는 성년의 날을 맞아 은밀한 성인식을 치르러 온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W여관 관계자는 “예전에 비하자면 성년의 날 매출이 줄긴 했으나 다른 날보다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A모텔 관계자는 “평소보다 가게 주변에 머뭇거리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많은 이벤트들을 만들어 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학가 성년의 날에 대한 과도한 의식은 지난 90년대 이후 자리 잡았음을 생각해보면 취업에 대한 고민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만들어낸 의식의 표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러한 의식들은 대학가에서 고등학교, 중학교까지 퍼져 올해 초 졸업식 알몸 세레모니, 엽기 생일빵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우영(사회대·사회) 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받았던 억압에서 벗어나 대학생이 된 해방감의 한 표현”과 “대학생이 되어서 느끼는 일상에서의 불만족과 지루함에서 탈피하기 위한 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건전하다고는 볼 수 없으며 감각적이고 일회성인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아 다른 방법의 의사표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양수지, 민지수 기자
ysj08@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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