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든 지방 국립대학은 무척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말로는 대학의 자율적 선택에 맡긴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으며, 교과부로부터 행정재정상의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립대학은 대학 자치와 민주적 운영을 저해하는 법인화를 사실상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법인화 강요로도 모자라 국립대 교원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교과부가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는 오직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체에서조차도 그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기피하는 제로섬 방식이다.
더구나 2010년 하반기 이후에는 모든 신임교원, 2011년 이후에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모든 재계약교원, 2015년에는 모든 교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2년 동안 급여가 동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교육연구봉사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온 국립대 교수들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과거 강압적 학부제 도입 그리고 대부분 다시 학과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소모적인 논쟁과 부작용을 야기했던 시행착오 경험으로부터 교과부는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단 말인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낮은 원인이 현행 교수 급여체계에 있는지, 열악한 교육 여건 등 다른 데 있는지 그 원인부터 먼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나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낮다면 그 근본원인은 잘못된 교육정책과 부실한 교육여건에 있다. 국내총생산의 1% 이상을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OECD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으로 0.4%에 해당하는 예산을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설령 급여체계 때문에 경쟁력이 낮다 하더라도 성과연봉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토론회 등을 통한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교원의 성과를 계량화하여 평가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튼 성과연봉제 시행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대학 사회에 극심한 분열을 조장하고 교수들의 사기 저하와 의욕상실을 불러일으키며 지식인 집단으로서 대학이 지니는 생산적인 비판 기능을 억제해 결국 국가의 경쟁력마저 약화시킬 것이다.
교수 사회도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교수 개개인의 원자화된 경쟁력보다는 상호협력에 바탕을 둔 공동의 경쟁력 향상이 더 필요하다. 다양한 개성과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위해 교수 상호간에 불공정한 무한 경쟁 체제의 도입이 아니라 상호 협조를 바탕으로 한 경쟁 체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들도 모든 문제를 대학 외부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며, 현재 대학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책임의식을 갖고 위기 해결을 위한 방안의 모색과 실천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회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묵묵히 연구와 교육에만 임해 왔던 교수도 이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책임의식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외적인 요인에 의해 대학이 황폐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교수가 지식인에게 부과된 비판적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일종의 죄악이다.


박병덕┃사범대·독어교육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