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편

우리가 정복한 것은 산이 아니라 자신이다
우리가 정복한 것은 산이 아니라 자신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의미 찾는 공정여행
여행지 문화, 사람 통해 내적 성숙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
누군가에게 여행은 일탈행위일 것이며 자신을 시험해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자리 일 것이다. 때론 옛사랑과 작별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꺼저 가던 열정과 의욕을 다시 찾는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한비야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천직을 발견했고 예수와 공자의 순례에도 여행이 동반돼 있었다.
젊은 시절의 여행은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기에 더욱 값지다. 그래서인지 건지벌에도 벌써부터 해외봉사, 세계교육기행, 기차여행, 배낭여행, 가족여행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갖가지 여행들이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켠에선 ‘어떻게 하면 잘 갔다왔다고 소문이 날까’라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학생들의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며 찾아낸 여행이건만 여행 후 허탈감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잠을 청했지만 사진에 넣는 배경만 달라진다는 생각만 들지 않는가. 지금 당신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번 여행은 ‘작지만 큰’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착한 여행, 공정여행’은 어떨까.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과 그 지역에 보탬이 되고 그 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이 바로 책임여행, 공정여행, 착한 여행이다. 공정여행은 이미 유럽에서 여행문화의 한 부분으로써 자리잡아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고 여행상품이나 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추세에 지난 2008년부터 ‘배려, 나눔, 관계’를 모토로 공정여행에 대한 캠페인을 벌여온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착한여행(http://www.goodtravel.kr)’은 올해 대학생들로 구성된 자원활동가 그룹 ‘굿 트레블러’를 출범해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탄소상쇄, 여행 문화 개선, 소수 민족 존중하기 등의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공정여행에서 대학생이란 중요한 존재다.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생은 가장 빠르게 신문화를 접해 실천에 옮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봉사활동, 여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에 나가는 대학생들은 다른 계층과는 달리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국내외사이트 및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착한여행 서윤미 기획실장은 “대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도 많아 공정여행 캠페인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며 “현재 굿 트레블러로 활동 하고 있는 14명의 대학생들만 지켜봐도 그들의 새로운 생각에 매번 놀란다”고 말했다.
그럼 과연 공정여행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공정여행은 봉사활동이 아니라 여행이다. 따라서 ‘여행을 하는 나 자신이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에 덧붙여 내가 여행하고 있는 곳의 주민, 동물, 자연 모두가 행복해지는 여행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따라간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배려가 필요할 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먹고 자고 보는 것에서 작은 배려를 통해 다양한 접근이 이뤄진다면 이것이 바로 공정여행이 될 수 있다.
배낭여행을 갈 때 자신의 컵을 갖고 다닌다거나, 동냥하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주는 1달러 대신 배낭 한쪽에 밴드나 연필 등을 채우고 그들에게 전해주는 일도 공정여행의 실천이 될 수 있다. 공정여행에 참여하고 있는 호텔을 찾거나 소수민족들의 공연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집에서 잠을 자는 것 역시 그에 속한다. 서윤미 기획실장은 “공연을 보러온 구경꾼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알아봐주고 이해해주는 친구가 되는 경험을 통해 여행 당사자도 많이 성장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일들을 해외에서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T를 갈 때 마트가 아니라 지역의 재래시장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컵, 숟가락, 젓가락을 갖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절약한 비용을 모아 시민단체나 시설에 기부하는 것 역시 공정여행의 정신이다.
여행이 먹고 즐기는 소비적 관광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정복한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는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의 말이 가슴을 울리는 5월, 틀에 갇혀 보지 못하고 있던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여행 문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여름방학에는 일상과 사소한 곳곳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해 보자.
김선희 기자
ksh107@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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