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서

통지서
최정열 │국문·06

꽃이 핀다. 아니 피어진다. 누군가에게 심어진 화단에서, 봄이 오면 기계적으로 피어진다. 봄비 한 모금 듬뿍 머금은 꽃망울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정확히는 통보이다. 찾아오는 봄은 동의를 구하는 일이 없다. 카드 연체통지서 마냥 날아든 봄에 어쩔 수 없이 설레고 나른해져 벤치에 몸을 맡긴다.
불시의 공격처럼 찾아온 이 봄. 설레야 한다. 흔들려야 한다. 봄바람에 꽃잎 흐드러지듯 더욱 흩날려야 한다. 봄이란 운명에 나 역시 피어져야 한다. 피어올라야 한다. 활짝 폭죽 터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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