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잠깐 동안이었지만, 거의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만 졸업하면 대기업에서, 은행에서 모셔 가는 호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호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아무리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나와도, 각종 자격증이 몇 개 있어도 취업이 녹록치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졸업장만 갖고도 잘 나가던 시절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원어로 된 소설 책 하나 붙들고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가면서 대학노트에 모르는 단어를 하나씩 적어갔었다. 책을 일독한 뒤 단어를 적은 노트만 들고 다니면서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외우고 외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일부 학생들 가운데는 대학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좋은 성적으로 이수만 하면 공부를 마친 것으로 오해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실력이나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더러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일수록 더욱 더 자격증이나 언어급수에 매달리기 쉽다.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 공부하는 방법에서도 그런 태도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부 학생들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공부를 급수 챙기기라는 인식에 매몰되어 있다. 영어를 예로 들면 토익, 텝스, 토플 등의 등급 올리기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치러야할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토익점수를 올리고자 기를 쓰고 토익 기출문제로 엮어진 교재로 공부하는 데에 골몰하고 있다.
‘여러분의 토익점수는 언어교육원에서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내 걸린 현수막의 광고내용은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학생들이 으레 영어공부 한다하면 토익시험 공부라고 바꿔 생각하기 쉽고, 영어 공부한다하면 토익강좌를 들어야 영어를 공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에 있지는 않을까?
자신이 정작 오랫동안 힘들여 해야 할 영어공부를 토익강좌와 연결 지어 토익시험 요령을 강의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영어공부를 다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심정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당장 영어실력은 쌓아야하겠고 취업을 위해서도 토익점수를 올려야겠다는 심정으로 토익 강의를 수강하는 것만 같아서 유감스럽다.
대학에서의 공부를 자격증으로 연결 짓고 자격증만 따면 공부는 끝내는 것으로 생각게 하는 근저에는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만을 따지는 우리 사회구조의 모습과 어느 정도 겹쳐 있다. 인생만사가 그렇듯 공부도 정말이지 서두른다고 해서 욕심을 낸다 해서 단시간 내에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시험 앞두고 단시간 내에 하는 벼락치기 공부는 시험 치르고 나면 의미 없듯이 어학급수나 자격증만 바라보고 자격시험을 치르는 요령을 강의하는 자리에 가서 공부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과 자세로 학창시절을 보낸다면 사회에 나와서 내세울 실력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시대가 너무 혼란스럽고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을 하자. 각자 자기 적성이나 전공에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 실력을 차분하게 갖춰나가면 비록 더디게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기대하고 기다렸던 기회와 때는 분명 찾아 올 것이다.


정원지┃인문대·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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