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성공 이면에 숨겨진 현실
대규모 자본의 영화 … 스크린 독과점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 지원 절실

1)
최근 15년간 한국영화는 천만 관객의 시대를 열었고, 특히 올해 초에는 할리우드의 거대자본이 투입된 영화 <아바타>가 외화 최초로 누적 관객 수천만을 넘기며 국내에서 6번째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다. 천만 관객이라 함은 남한인구의 5분의 1이라는 숫자가 한 영화를 봤다는 것이며, 이는 인구비율로 봤을 때 세계에서도 극히 드문 일인 동시에 놀라운 일이다.
반면 할리우드처럼 거대자본이 아닌 적은 예산을 가지고 제작한 저예산 독립영화 <워낭소리>나 <똥파리>처럼 우리네 현실을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게 해준 작은 영화들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한국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와의 적절한 조율로 관객을 찾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워낭소리>나 <똥파리>가 우리의 곁을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한 저예산 독립영화가 자본 원리에 의해 어떠한 현실에 처해있는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년 이맘때 <워낭소리>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한국독립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며 떠들썩했다. 하지만 <워낭소리>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 요즘 한창 이야기되고 있는 독립영화계의 현실이나 다양성영화1)에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워낭소리>의 성공 이면에 숨겨진 한국영화계의 현실은, 좀 더 좁은 의미에서 말하자면 다양성영화계의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화로 인해 독립영화의 제작편수는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매년 360여 편의 다양성영화가 제작되지만 실제로 상영되는 영화의 편수는 10분의 1정도에 해당되는 영화만이 상영의 기회를 얻는다. 나머지 10분의 9에 달하는 영화는 상영관을 못 찾고 감독이나 제작자의 집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공식적으로 10억 미만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단·중·장편의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예술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모두 아우르는 말
2)흥행성이 낮은 국내 중소영화를 관객들이 별로 들지 않는 조조나 심야 시간대에 나누어 편성하는 방식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은 당연한 결과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들의 영화산업에 대한 역량이 커짐에 따라 영화의 제작규모가 대형화되고 몇 안 되는 대작영화들이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등 거대자본들이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소규모 배급사의 영화는 상영이 어려워지고, 어렵게 상영을 하더라도 교차상영2)으로 상영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영화 배급의 제한적 유통라인과 맞물려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획들이 영화로 제작될 기회가 없거나 설사 제작이 되었더라도 상영될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교차상영이라는 논란으로 아쉽게 막을 내려야만 했던 영화가 있다. 조재현, 윤계상 주연의 <집행자>다. 첫 주에 관객 20만 명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대형블록버스터 영화와 시장 논리에 의해 영화사 대표가 삭발 투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장논리의 폐해랄까.
몇 해 전 여름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란 영화는 전자의 반대되는 상황이다. 최단시간 400만 명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시작으로 최단기간 1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들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더불어 특이한 소재와 배우들의 명연기, 감각적인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으로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그 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혔으니 말이다. 또한 여름철이면 항상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할리우드 대형블록버스트 영화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경쟁력까지 확보한 한국영화계에 있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620개가 넘는 스크린을 장악하고 70%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여준 <괴물>의 싹쓸이 현상을 한국 영화의 거대자본을 가진 대기업의 횡포와 독과점 현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CJ엔터테인먼트, 오리온, 롯데그룹의 대기업들이 영화사, 극장사업, 케이블 TV 등에 투자해 단시간에 흥행을 시켜 자본을 회수하고자 하는 단기성 투자가 지속되어 수준 낮은 영화들이 즐비 하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거대자본을 가진 대기업의 시장논리는 곧 우리가 다양한 영화를 접할 권리를 빼앗는 동시에 참신하고 기발한 작가들의 창작 기회마저 박탈해 버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으면 우리 영화산업의 구조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가 문화적 측면, 두 번째가 산업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의 한국영화산업은 후자 쪽에 너무 많은 무게가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아바타의 후폭풍인 3D산업보다는 다양성 영화를 위해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눈만 매혹시키는 영화가 아닌 우리의 가슴까지도 매료시킬 수 있는 영화를 더욱 많이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은상┃전북독립영화협회 기획팀장

 


1)공식적으로 10억 미만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단·중·장편의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예술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모두 아우르는 말
2)흥행성이 낮은 국내 중소영화를 관객들이 별로 들지 않는 조조나 심야 시간대에 나누어 편성하는 방식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