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장이 멈춰버렸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리 머릿속을 파헤치고 다녀도 도통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누가 조작해 놓은 버튼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같다. 그래도 그렇게 슬프지도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원통하게 슬프지 않은 듯하다. 그냥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할 뿐이다.
심장이 다시 기억하다.
평소처럼 무기력하던 월요일 점심시간, 나는 잠깐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내 심장 박동소리를 들리게 해준 은인(?)은 바로 수습기자들이었다. 지난주 월요일은 수습기자들이 교육을 마치고 실전에 투입된 첫 날이었다. 신문사는 온통 수습기자들의 전화기너머에서 들려오는 긴장된 숨소리와 목소리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전북대신문사 000기자입니다.…” 이 말이 나의 무기력함을 깨워주려는 마법주문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기억이 났다. 지금 내 후배들처럼 사정없이 쿵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열심히 전화를 했던 2년 전의 나를 말이다. 2년 전으로 돌아간 나의 심장은 다시 나에게 말했다. “제발 멈추지 말아줘”.
나도 멈추고 싶지 않지만 자꾸만 나약해졌다. 정말 열심히 하면 이뤄지는 건가. 경쟁에서 이길 수는 있는 건가. 캄캄하게만 느껴지는 길을 ……. 이런 의문들이 나를 자꾸만 무기력하게 했다. 어떤 이가 청춘은 시들지 않는 꽃이라고 했는데 나는 너무 일찍 싱싱함이 없어진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물도 많이 주고 햇빛도 많이 쏘이고 영양제도 좀 줘야 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내 신세한탄을 해봤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본 독자들이 나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신선한 꽃처럼 누군가에게 좋은 향기와 기쁨을 주는 행복을 가진 그런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어주면 내 심장은 항상 힘차게 뛸 것만 같다. 잠시 잊고 있었던 심장소리를 들려준 수습기자들처럼.
생각해보면 잠깐 잊고 있었던 것뿐이지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100원이라도 아껴서 자식을 키우겠다는 세상의 많은 부모님부터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1분 1초도 아껴가며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 매번 진심이 느껴져서 소름이 끼칠 정도인 각양각색 나의 취재원 등등. 그리고 또한 지금 나의 하소연을 듣고 있는 당신도 내 심장을 움직이게 만든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나처럼 잠깐 이런 사람들을 잊고 지냈다면 말해주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민망해서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은 늘 나에게 심장이 뛰는 사람이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물도 많이 먹고 햇빛도 충분히 쏘인 꽃입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에게 행복한 향도 맡게 해주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니까요. 그러니까 심장 박동을 멈추지 말아요. 로봇이 되지 말아주세요.”
김선희┃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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