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응급실’ 회계학과 이복숙(회계학·87년 졸) 조교

아파하는 식물들, 회계학과에 입원시켜요


고목 나무·난 등 150여 개 식물
편안한 분위기 상담소 역할 톡톡

“삐용∼ 삐용∼ 탈수 증세로 보이는 식물들은 회계학과 사무실로 입원시키길 바랍니다.” 시들해진 식물들을 파릇파릇하게 다시 살려내 ‘식물 응급실’이라 불리는 이복숙(회계학·87년 졸) 조교의 남다른 학과사무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식물들로 가득 찬 회계학과 사무실 꾸미기는 3년 전 이 조교가 집에서 취미생활로 키우던 식물들을 사무실로 갖고 오면서 시작됐다. 학과 사무실을 가득 메운 식물들 중 그가 돈을 주고 산 것은 없다. 모두 교수들이 시든 식물들을 다시 살려달라며 맡긴 것이거나 잘 자란 식물들을 다른 화분에 분식한 것들이다. 그가 살린 화분의 주인들은 그에게 거름흙을 선물하거나 빈 화분을 학과사무실로 가져다 주는 것으로 보답한다. 이 조교는 “외국으로 몇 년간 연구 활동으로 떠난 교수님들도 학과 사무실에 맡겨야 안심이 된다”며 “연구실에 있던 나무화분이나 난 등을 맡기고 가신다”고 말했다.
애정이 듬뿍 담긴 그의 식물 가꾸기를 보고 ‘학과 사무실을 정글로 만들거냐’고 우스갯소리로 묻는 학생들도 있고 식물 분양을 부탁하는 타 학과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인기 탓에 이 조교는 몇 달 전 20여 개의 화분을 한 학과에 분양해주기도 했다.
딱딱할 수 있는 학과 사무실이 그의 손에 의해 초록빛으로 가득 차면서 회계학과 사무실은 ‘아늑한 상담소’로 변모했다.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교 강단에서도 활동했던 이 조교의 상담능력이 어김없이 발휘되는 부분이기도 한다. 그는 “학과 사무실에 학생들이 찾아오면 차를 한 잔씩 마시며 일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며 “초록색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하던데 많은 꽃과 나무 덕분에 학생들이 학과 사무실을 편안하게 느끼고 속내를 곧잘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이 조교는 “식물마다 물을 주는 주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며 “화분의 흙 상태를 보고 건조한 날이면 하루에 1번 물을 줄 수도 있고 습기가 많은 날이면 일주일에 1번 물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만 보는 곳이 아니라 항상 열려있는 학과 사무실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이 조교. 그녀는 오늘도 봄날 건지벌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는 꽃들처럼 상대 2호 관을 봄빛으로 엮어가고 있다.
전정희 기자
june@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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