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식 일자리 정책, 비판 목소리
인턴채용·구조조정 등 문제만 양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기도 어려운 요즘, 사회 초년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8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기업의 대졸 초임 임금을 최대 30% 삭감’ 발표가 내려진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삼성, LG 등 30대 기업이 소속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달 25일 '고용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회의'를 열고 최대 28%의 대졸초임 임금을 삭감한다고 합의했다. 임금을 깎아 마련된 자금으로 고용 유지와 일자리 나누기, 신규·인턴 채용을 늘린다는 것이 정부와 전경련의 삭감 이유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대졸 초임 임금 삭감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대졸 초임 삭감은 청년 학생들을 비정규직으로 양산하고 빈곤세대로 만들뿐"이라며 공동토론회와 서명운동 등 연대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대련 이원기(부산대·통계학06)의장은 "항상 아래로부터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규모 연대집회를 계획해 대졸 초임 임금 삭감 문제를 알려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슬(문헌정보·08)씨는 "정부가 임금을 삭감해 일자리를 나눈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며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졸 초임 삭감 문제와 함께 인턴사원 채용제도 역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난에 직면에 있다. 당초 인턴사원 채용제도는 일정 회사에서 실습과 경력을 쌓으며 정규사원 선발을 목표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고용 기회를 확대·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은 인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 노동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여기거나 고용 의지가 없어 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학교 상대를 졸업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모 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박 모씨는 "인턴을 하면서 회사에 채용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회사가 나를 허드렛일이나 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봤을 때 이러한 기대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모순된 논리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조직을 슬림화 해 운영과 재정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름만 희망퇴직일 뿐, 권고사직 문자메시지와 사내 여론몰이로 퇴사를 강요하는 등 그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일자리 창출을 만병통치약처럼 내놓는 정부지만,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사람들을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 구호는 결국 허울뿐인 제로섬게임이 되고 마는 셈이다.


청년실업이 100만을 육박하는 요즘, 일자리 창출 정책이 어느 때 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사의 고통분담이나 정책적 대안보다, 대졸 초임의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의 대안은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근시안적인 미봉책이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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